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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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스토리 16] 가입하겠다고 찾아온 여성들을 단호하게 돌려보내야만 했던 눈물의 사연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8.03.2017 03:29:21  |  조회수: 4750

가입하겠다고 찾아온 여성들을 단호하게 돌려보내야만 했던 눈물의 사연
- 선우 CEO 이웅진

90년대 중반,

결혼정보회사가 활성화되던 시기에 그 당시 유능한 여성들이 대거 회원접수를 했다.
이벤트와 새로운 분위기로 이 사업이 각광받기는 했지만,
업무는 여전히 이전 결혼상담소 방식의 연장으로 원시적이었고,
의욕만 앞섰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이벤트와 공격적인 홍보 전략의 결과로
여성회원, 오늘로 말하면 골드미스층이 몰리면서
어느 순간 남성의 3배 이상이나 되는 여초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아마 다른 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 경영자의 선택은 2가지다.

하나는, 당시는 선불제로 1년치 회비를 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회비를 미리 받았으니 소개 횟수를 채우기 위해
남성 회원들을 돌려서 여성들과 만나게 해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마케팅을 해서 남성 접수를 많이 받는 것인데,
이 경우는 여성들도 계속 가입을 하기 때문에 여초현상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비단 여초현상 뿐 아니라 남녀 성비가 맞지 않으면 소개가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여성들의 클레임이 많아지면서 매니저들의 업무 부담도 늘고,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횟수 채우기를 위해 돌려막기라고 해서
몇몇 남성들을 계속 돌리면서 여성들을 만나게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벌어졌다.

절친 셋이서 가입한 여성들이 있었다.
몇 번 소개가 이뤄지던 시점에서 한 여성이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왜 저랑 친구들이 다 같은 남자를 소개받았는지 설명 해주시겠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담당 매니저도 다르고, 저희들 이성상도 다 다른데, 같은 남자를 한번씩 소개받았더라고요.
혹시 그 회사 남자 회원들이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같은 연령대 여성들이니까 친구들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몇몇 남성들을 돌려서 소개를 했던 모양이다.
이런 소개방식은 매니저 입장에서도 심적인 부담이 컸고,
그것은 결국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결단이 필요했다. 
나는 제3의 선택을 했다.
과초 현상이 특히 심한 연령대의 여성회원 접수를 일정 기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1차 회원 구조조정이었다. 

“회원님 연령대 회원수가 너무 많고,
상대적으로 소개 대상의 남성 회원수가 적어서
일단 기존회원부터 먼저 소개를 하고,
남성회원수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면
그때 다시 접수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만용에 가까운 무모한 선택이었다.
가입하겠다고 직접 찾아온 여성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겠는가.
 
적극적으로 회원 접수를 받아 매출을 늘려야 하는 창업 초기에 오히려 매출이 40% 이상 급감했다.
회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상승곡선을 타던 분위기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것도 내가 자초해서 말이다.

기업에서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줄 체감하면서도
1년 이상을 진행시켰다.
 
미련스러울 정도의 내 고집이
참 여러 사람을 고생시켰다고 해야겠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영향으로 고전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책들의 메시지는 일관되게 정의로움, 권선징악 같은 것들이었다.
 
옳지 않은 일이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타협해서는 안되고,
작은 걸 얻으려고 양심을 저버리면 결국 큰 손해를 본다,
이런 사고방식이 내 머릿속에 박혀있다.
 
사업을 하면서도
이윤을 추구하기에 앞서
원칙을 따지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내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남녀 성비는 소개 진행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이다.

나는 이미 회사 초창기에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남성들 접수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여성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어느 날인가 젊은 여성들이 찾아와서
은밀한 제안을 했다.
 
제가 남성들을 만나줄테니까
남성들에게서 받는 회비의 30%를 주세요.”
 
여성들로 돌려막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회원들을 기만해서 돈을 벌 수는 없으니까.
 
여초현상에서도 나의 선택은 같았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래
고집스러운 선택으로 그 댓가를 치루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회원 접수 제한 역시도 후폭풍이 거셌다.
결혼업계가 양적인 팽창을 이루면서 경쟁회사들이 도약하는 과정에서
선발주자로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성장동력을 잃었던 것이다.
 
사실 성비 불균형은
그로 인한 서비스가 어떻게 진행되어도 드러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회원들은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가 안좋아도 공개적으로 어필하지 않는다.
또한 회사를 통해 결혼을 해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결국 서비스를 잘하건, 못하건 표시가 안난다는 것이고,
성비 불균형 또한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고
결국에는 지나갈 수 있는 문제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화려한 약속을 하는 회사에 끌리는 게 당연한데,
우리는 그런 약속을 하기는커녕 접수도 안해주니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얻은 성과는

그로부터 20년 동안 모럴헤저드에 빠지지 않고
신뢰를 쌓으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비를 맞추는 원칙 또한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그리고 이런 결단과 선택들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결혼정보회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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