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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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문화연구소]첫 만남에서 사고친 남자 경찰 신고한 뒤 결국 결혼한 여자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7.19.2017 07:34:50  |  조회수: 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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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가까이 중매를 하면서 세상도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고, 남녀를 맺어주는 나의 시각과 기준도 변했다. 중매는 사회통념상 어울리는 짝을 찾아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정서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방식으로 중매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스킨십 내지는 성에 대한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일이 있다.
그날은 추석 연휴 전날이었다. 고향에 내려가는 직원들이 많아서 퇴근시간을 1시간 정도 앞당겼고, 나도 나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받을지 말지 잠시 망설이다가

그날따라 유달리 급한 느낌이 들어서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여…. 흑흑..보세..흑흑..”
말을 채 잇지도 못한 채 흐느끼는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겨우 울음을 멈춘 여성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사람이 저를….”

여성은 처음 만난 남성에게 당했다고 했다. 큰일 났구나싶었다. 마치 내가 잘못을 한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렸다.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구경조차 한 적 없는 경찰서 신세를 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여성의 이름과 근무지, 연락처, 주소를 물었다. 요즘은 가입할 때 졸업증명서, 혼인증명서, 재직증명서를 일일이 받아서 신원확인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화상으로 프로필을 확인하는 원시적인 형태였다.

제가 계시는 곳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회원카드를 확인했다. 사무실은 내가 있는 종로에서 1시간 거리였다. 급한 마음에 일단 달려갔는데, 이미 퇴근하고 없다. 집으로 찾아가려고 급하게 적은 메모를 보니 동호수도 없고, 달랑 빌라 이름뿐이었다. 하필이면 이튿날이 명절 연휴 시작이라 그날 만나야만 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다. 근처 식당과 부동산에 물어도 보고, 지나가는 중국집 배달원에게도 물어봤지만, 다 모른다고 했다. 신문사 지국 앞을 지나다가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는 배달원들을 붙잡고 수소문하다가 드디어 OO 빌라는 안다는 배달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배달원에게 몇푼 쥐여주고는 배달 자전거 뒤에 타고 OO 빌라에 갔다. 빌라는 3층짜리 2동이었는데, 이번에는 도대체 어느 집인지 난감했다.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확인해보니 김씨 성을 가진 집이 대여섯집 되었다. 일일이 문을 두드리다가 세 번째 집에서 드디어 그녀를 만났다. 근처 커피숍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일단 신고부터 하시죠….”
머뭇거리는 그녀 대신 내가 112에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경찰 2명이 왔다. 상황을 확인한 경찰은 우리에게 경찰서에 가자고 했는데, 여성은 안가겠다면서 신고를 취소해달라고 했다.
“아니, 왜요? 피해를 당하셨고. 상대방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죠.”
“그러면 소문나잖아요. 다 똑같은 사람 취급받고요. 이 일 알려지면 저희 부모님 쓰러지세요.”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을 생기면 피해자인 여성에게도 안 좋은 시선이 쏠리곤 했다. 일단 경찰을 돌려보냈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식으로건 남성에게 책임을 물려야 했다.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서 경찰인양 말했다.
“000씨….△△△씨 아시죠? 그분이 신고하셨는데요..”
△△△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남성은 각오했다는 듯이 수긍을 했다.
“집 주소가... 맞죠? 조사차 가겠습니다.”
우리를 만난 남성은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내 소개를 하고 남성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첫 만남에서 서로 호감이 있었고,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 남성은 여성의 손을 잡았고, 거부하지 않자 포옹을 했고, 급하게 진도를 나간 것이다. 남성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점잖은 분이 왜 이렇게 일을 만드셨어요?”
“큰 잘못을 했습니다. 저는 △△△씨도 같은 마음인 줄 알았습니다. 절대 강압적으로 한 건 아닙니다.”
“거부하지 않는다고 허락한 건 아니죠. 자기 좋은 거만 생각하면 사람이 동물과 다를 게 뭐 있겠습니까?”
얘기를 나눠보니 심성이 여린 사람이었다. 여성도 큰일을 당하고 보니 당황해서 내게 도움을 청한 것이지, 내가 보기에 남성이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 여성을 조용히 불러내서 물었다.
“△△△씨. 000씨가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재미나 보려고 그런 건 아니고, △△△씨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보상을 받고 여기서 끝낼까요? 아니면 계속 만나볼 의향이 있습니까? 제가 보기엔 두 분이 어울리는 것도 같고요.“
여성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녀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000씨…. 아무리 좋다고 그렇게 달려들면 안 되죠. △△△씨가 이제 다른 분 어떻게 만나겠어요. 책임지실 각오는 되어 있죠?”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20년 전에는 이런 식으로 중매도 했다.
과정이야 어떻건 당사자가 서로 좋다면 된 것이고,
3자가 중재를 해서 상황이 해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난 두 사람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절대 중재해주지 않을 것이다.
남녀 간에 스킨십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진행되어야 하고,
색스는 서로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그건 단지 육체적인 관계일 뿐이다.
000씨와 △△△씨는 아이 둘 낳고 잘살고 있다.
수많은 남녀를 중매하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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