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결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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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칼럼] - 첫만남의 함정
07/02/2009 02:21 pm
 글쓴이 : 선우
조회 : 3,200  


사업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 중의 하나는 물건을 판매한후 하자가 생기지 않는 일이다.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구태여 서비스센터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리콜을 할 일도 없을테니까. 물건이야 잘 만하면 하자 보수 의뢰가 들어오지 않지만 사람과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결혼정보회사는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결혼정보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욕을 실컷 먹고 오래 살 생각을 해야 한다. 예로부터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 잘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이 있는데, 이 사업을 하다보면 잘된 사람들로부터 술을 얻어먹는 일은 별로 없어도 뺨 맞을 일은 결코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원래 열을 잘해도 하나를 잘 못하면 나머지 아홉이 가려지는 법이다.

    사람을 물건에 비유하거나, 아홉을 잘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만큼 이 일이 어렵다는 뜻이다. 회원들의 불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하는 것은 "나는 이 만큼이나 되는데, 왜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상대를 소개해 주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첫 만남의 기대가 산산히 부서진 것 때문에 은밀히 커플매니저와 상담하는 회원들이 많다.

    "첫 만남에서 상대가 너무 나에게 잘 해줬다, 충분히 교감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고 잘 될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했더니 너무나 싸늘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첫 만남을 가진 뒤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연락을 했을 때 냉대를 당한 경우가 놀랍게도 20-30%에 이른다.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비슷하다. 분명히 첫날 두 사람 다 좋은 분위기였는데 한 사람의 태도가 돌변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이렇게 많은 것이다. 맞선을 보는 사람의 태도를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매너형이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둘째 감정 표출형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나왔을 때 얼굴 가득 싫은 기색을 보이면서 예의없이 행동하고, 심지어는 상대를 보자마자 일어서기까지 한다. 시간을 갖는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찻값도 자신의 것만 계산하고 나가 버린다.

    셋째 긴가민가형이다. 마음에 든다는 건지 그렇지 않다는 건지 도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어정쩡한 표정과 태도로 일관하는 스타일이다.

    매너형이 바로 들뜬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이다. 매너형은 정말 좋아서 매너있게 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끝까지 잘해 주는 경우도 있다.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의도와 달리 상대에게 큰 상처를 안겨 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좋지만 다시 만날 생각이 아니라면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배려를 하거나 진지한 것도 문제가 있다. 매너는 지키되 상대에게 그다지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은근슬쩍 내보이는 것이 차라리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매너형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끝까지 배려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휘어잡는 사람들 중에는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많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결혼하기 힘든 부류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명함까지 건네주고 내일 당장 만날 것처럼 호감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첫 만남에서 자신에게 확 당겨 오는 것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

    순정파 여성들은 이런 류의 남성을 만나면 꽤 오래 속앓이를 하게 된다. 첫 만남에서 상대가 지나치게 호의적일 때는 주도면밀하게 진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잉매너형이 얼굴을 총천연색으로 바꾸면서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는 감정 표출형보다는 훨씬 낫다.

    만약 심약한 사람이 연거푸 몇 번 감정표출형을 만났다고 생각해 보라. 그 사람은 이성교제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도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긴가민가형은 상대방도 피곤하게 하지만 자신도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생각과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다는 생각이 마구 교차하는 사람이라면 결혼뿐만 아니라 인생살이 자체가 피곤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현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결단을 내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첫 만남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는 일이다. 대부분 첫 만남에 큰 기대를 하는 사람들은 이성과의 만남을 많이 갖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첫 만남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거기서 실패하면 마치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스스로를 자책한다. 첫 만남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물론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잘해 주더니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거야, 나를 속인 거 아냐, 어떻게 사람 감정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가 있나 "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고장난 LP판 튀듯 첫 만남을 곱씹을 필요는 없다.

    첫 만남에서 좋은 감정을 느꼈는데 상대가 예상 밖으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날 만남에 충실했던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보라.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만 그런 유형의 만남을 가진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기면 된다.

    사람은 적어도 세 번은 만나 봐야 상대방을 알 수 있다. 세 번쯤 만나야 그 사람의 진짜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가볍게 첫 만남을 갖고 두 번째 만남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고 결코 실망할 이유는 없다. 인연이 있는 사람, 잘 맞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세 번 이상 만나게 될 테고 나중에 지겹게 보게 될 테니까.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지나치게 긴장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영원한 만남을 갖고 싶은 상대와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면 가벼운 만남으로 첫 만남을 기분좋게 장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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