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작은 전자회사에서 현재의 글로벌 IT 리더로 탈바꿈시킨 진정한 비전가였다."
유례없는 실적과 맞물려 오늘 날의 삼성을 이끈 고인에 대한 송사가 감정 없는 숫자와 날카로운 분석이 가득해야 할 실적 설명회의 서두를 연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이 씨를 뿌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이어가는 반도체·휴대폰 사업의 쌍끌이 성과가 3분기 호실적 배경이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66조9642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2조3533억원으로 반도체 슈퍼 호황의 끝자락이었던 2018년 4분기(10조 8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으로 10조원대를 회복했다.
이번 실적의 견인차는 반도체와 휴대폰이었다.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터지면서 스마트폰 부문이 반도체에 맞먹는 이익을 올렸다. 비대면 경제 확대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제재를 앞두고 몰린 중국 화웨이의 수요 급증은 시장 전반의 D램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 반도체 부문 실적을 떠받쳤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른바 '보복구매' 수요가 늘면서 3분기 출시된 갤럭시노트20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2분기보다 50%나 늘었다. 네트워크 사업부가 향후 5년간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에 5G(세대 이동통신) 장비 7조8983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추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 효과에 힘입어 1조56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호실적으로 평가 받은 올 2분기 영업이익( 7300억원)은 물론,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16년 2분기(1조원) 영업이익마저 5000억원 이상 뛰어넘었다.
반도체 부문도 선전했다. 당초 부진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영업이익 5조5400억원으로 2분기 실적(5조4300억원)을 넘어섰다.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의 재고누적으로 줄어든 서버용 D램 수요를 PC와 휴대폰, 콘솔게임용 메모리 수요가 채웠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도의 제재를 앞뒀던 화웨이가 메모리반도체를 대량 선매수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 부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최근 신규 수주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을 불렀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드러난 호재 이면에 이 회장이 뿌린 씨앗의 결실이 엿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에 들인 집념과 이를 이어받은 이 부회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은 이런 실적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쟁 심화와 수요 약세로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수요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 리더십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 초 이후 3분기까지 시설투자가 25조5000억원(반도체 21조3000억원·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시설투자는 35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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