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언제 바꿔" 2년 주기설 이젠 옛말된 이유

글쓴이: maxyoo  |  등록일: 12.04.2019 09:33:33  |  조회수: 1756
#갤럭시 노트 8의 2년 약정이 두 달 전에 끝났다. 화면 모서리 부분에 데드픽셀이 하나 보이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었다고 하지만, 지금 5G 폰으로 바꾸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다. 내년쯤 새로운 노트 시리즈가 나오면 '갈아탈' 고민을 해봐야겠다.

2년이라는 약정 기간 때문일까. 기존에는 스마트폰을 2년마다 바꾸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번호 이동을 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노트 시리즈나 갤럭시 S 시리즈가 1년마다 신제품이 나오니,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 경우 보통 짝수 번대, 혹은 홀수 번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갤럭시 노트 2, 4, 8 순번으로 구매했다. (노트 6은 없고 바로 7으로 넘어왔는데, 당시 배터리 발화 문제로 7은 건너 뛰었다)

이 2년 주기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전략이 녹아 있음은 분명하다. 신제품이 나오는 주기 1년에 맞춰 계속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도 없으니, 2년 주기가 적당하지 않을까.(물론 아이폰 사용자는 결이 좀 다르다) 이통사의 약정 요금제도 보통 2년인 이유도 이 교체 주기에 맞춰졌을 터다. 2년이 지나면 새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제조사가 성능이 떨어지게 설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년 교체? 이제는 옛말

통설로 여겨졌던 스마트폰 2년 교체 주기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점점 오래 쓰고 있다. 미국 기준이긴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SA가 올 8월 18~64세 미국인 251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한 결과, 미국인은 평균 33개월 만에 스마트폰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SA는 응답자의 사용 중 스마트폰 보유 기간과 다음 교체 시점을 합산해 교체 주기를 추산했다. 제조사별로는 애플 아이폰이 36개월, 삼성 갤럭시가 33개월이다. LG전자는 29.9개월, 구글 넥서스는 35.9개월이다. 이러한 교체 주기는 2016년 26개월에서, 2018년 31개월로 늘었고, 올해 평균 33개월로 다시 한번 길어졌다.

비단 미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 데이터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최종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만 12세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교체주기는 2년 7개월, 즉 31개월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4년 조사했을 때,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평균 1년 2개월(14개월)이었다. 2년 만에 17개월이 늘었다.


두 통계 자료만 비교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더 오래 쓴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24개월 혹은 30개월의 약정 기간에 따라 스마트폰을 교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약정 기간이 끝나는 30개월 이상 사용자가 53.7%로 절반이 넘었다.


스마트폰 왜 안 바꾸나?

스마트폰을 단순히 귀찮아서 안 바꾸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것은 하드웨어 측면과 서비스 측면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우선 '지금까지' 폼팩터 혁신이 부재했다. 5G 이동통신을 제외하고는 신제품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RAM, 저장 장치 용량 등 대부분 일부 스펙 차이만 보였다. 최초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전체 디스플레이 화면에 바 타입 스마트폰이란 폼팩터가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바꾸고 싶어도 혁신이라고 느낄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성능 차는 크지 않은데, 가격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높은 가격 부담 때문에 신제품 구매를 꺼려 하거나 보류한다.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가격 영향이 크다.


​막상 바꾸려고 하니 대단히 괜찮은 스마트폰은 잘 안 보이고 지금 쓰고 있는 것도 크게 고장 없이 잘 쓰고 있다는 것이다. 워낙 스마트폰 제품이 다양하고 개인차가 분명한 시장이지만, 혁신 부재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 경우 강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폰은 소비자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얼리어답터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제품을 구매한다. 그러니 교체 주기가 짧다. 게다가 다른 제조사보다 중고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어 있다. 일반 이용자는 아이폰이 고장 나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삼성과 LG보다 긴 교체 주기가 이를 방증한다.


자급제도 교체주기에 영향 준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단말기 자급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SA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대륙별 주요 21개국 가운데 자급제율이 30% 미만인 경유 휴대전화 평균 교체 주기는 24개월이었다. 30~70%미만은 28.9개월이다. 자급제율이 70% 이상인 국가는 평균 교체주기가 41.7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말기 자급제 비율이 높아질수록 교체 주기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자급제 비율이 낮을수록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건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와 신규 단말기 판매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또 단말기 비용이 통신요금에 합산되면서 소비자 체감하는 단말기 구매 부담이 줄어든다. 통신사 약정 기간이 끝나 단말기 할부금을 더 이상 내지 않을 때, 스마트폰을 새로 교체하는 적기다. 우리나라 자급제율은 8% 안팎으로 본다. 그만큼 교체 주기가 짧은 나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점차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조사에서도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완전 자급제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완전 자급제 시행은 아직 어려울 수 있지만, 다양한 제도와 통계 보완으로 자급제 비율을 높여 소비자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자급제가 확산될수록, 스마트폰 보유 기간과 교체 주기에 대한 소비자 결정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5G가 교체 주기 바꿀 수 있나

소비자 발 스마트폰 교체 주기 변화는 시장의 또 다른 주체인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사에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스마트폰이 안 팔리기 때문이다.

가트너의 올해 전 세계 디바이스 출하량 전망에 따르면, 올해 휴대전화 출하량은 17억4500만대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18억1300만대였다. 6700만대가 빠졌다. 2015년 19억대보다는 10%나 줄어들었다. 역시 주요 원인은 스마트폰 교체 주기다.

란짓 알트왈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가 완전히 새로운 활용성, 효율성,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은 휴대 전화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디바이스 교체 주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안 팔릴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제조사 수익 악화는 피할 수 없다. 게다가 AP와 메모리 등 반도체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제조, 배터리, 각종 스마트폰 관련 모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경우 교체 주기 증가에 따른 피해가 막심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뿐만 아니라 통신 칩 등 반도체와 각종 소재 부품 기업까지 피해가 연쇄 작용할 수 있다.


통신사도 기존 서비스와 요금제 등 전략으로는 늘어난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국내 경우 교체 주기에 따른 이통사 가입자 이동 현상이 강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한 통신사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시장 변화가 느려지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수익 전략이 필요해질 수 있다.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을 둘러싼 유통 시장 구조의 변화로 이통사의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


관건은 2020년이다. 10여년간 동일했던 하드웨어 폼팩터에서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늘고, 이에 따라 판매량이 감소했던 제조사에겐 불가결한 전략이었을 터다. 삼성전자, 화웨이, 모토로라 등 다수 스마트폰 제조사가 폴더블 폰에 도전하는 건, 단순 신기술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새로운 폼팩터를 제시해 스마트폰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즉 교체 주기를 줄이고 스마트폰을 더 팔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5G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롱텀에벌루션(LTE)에서 5G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5G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통신사 모두 희망하는 부분이다.


한편,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은 전 세계 17억7110만대 스마트폰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다시 17억6260만대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여전히 17억대 고지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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