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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은 사진 유출, 현대차 그랜저는 억울하다

신형 그랜저로 본 현대차 디자인, '대-중-소' 굴레를 벗어나다

오늘은 현대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더 뉴 그랜저) 비공개 디자인 설명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지난달 24일에 했으니 열흘 정도 지났네요. 당시 난데없이 유출된 스파이샷 때문에 부랴부랴 연 게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는데, 물어보니 원래 설명회를 준비하던 중에 몰래 사진이 유출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사진 기억나시나요? 새로운 그랜저를 궁금해하던 소비자에게는 흥미로운 사진이었겠지만, 잔뜩 준비하고 있던 현대차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사진이었을 겁니다. 계획에도 없던, 그것도 급하게 찍어서 이상하게 나온 사진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정식 이미지가 공개됐으니 부분부분 비교하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

디자인은 개인차가 있다지만, 실제로 본 그랜저는 사진보다 훨씬 더 괜찮은 차였습니다. 부분적으로 아무렇게 찍은 사진만으로 단정하고 비난할 그런 차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인 차체 비율의 안정감과 전측후를 둘러싼 수많은 디자인 요소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첨단 사양들은 설명회에 모인 여러 기자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확실히 부정적인 평가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실내는 더 대단합니다. 외관과 달리 ‘호불호’ 차원을 훌쩍 넘은 ‘극호’ 수준이었습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의 플래그십은 무조건 그랜저야, 더는 아슬란 같은 차를 만들 생각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고급으로 꾸몄습니다. 단언컨대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에 그랜저보다 더 고급스럽고 첨단 사양이 잔뜩 들어 있는 차는 없을 겁니다. 그만큼 눈을 호강하게 만드는 그런 디자인과 소재로 멋지게 만들어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소비자들이 그 유출 사진을 근거로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을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삼각형과 아반떼를 연결했던 것처럼 마름모와 그랜저를 이어 ‘마름모랜저’라는 입에 쫙 달라붙지도 않는 이상한(?) 별명을 지어버리기도 합니다. 뭐, 기자들까지 가세해 이를 기사 제목으로 쓰는 형편이니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다행히 정식 이미지가 공개된 후 소비자들의 반응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낯선 전면부 디자인이 여전히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음에 든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아마 실제 차를 직접 본다면 이런 긍정적인 반응은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돌이켜보면 최근 1~2년 사이 현대차의 디자인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아마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오른 것은 일명 ‘삼각떼’라고 불리는 아반떼 페이스리프트부터였을 겁니다. 그릴을 침범한 뾰족한 헤드램프와 기묘한 그래픽의 테일램프는 완성도 높았던 기존 모델의 디자인을 망쳐놨냐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나온 쏘나타 역시 ‘메기’같이 생겼다며 혹평을 받았고, 이런 흐름은 신형 그랜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반떼와 그랜저는 이런 대대적인 변화를 페이스리프트에 시도해 더 크게 혼나고 있습니다. 원래 현대차의 페이스리프트는 디자인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첨단-편의 사양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풀체인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디자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죠.

아반떼의 경우 램프 디자인을 빼고는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이 램프가 너무 파격적이었습니다. 디자인 완성도를 떠나 엄청난 거부감이 생긴 겁니다. 거부감에 못생김까지 더해지니 잘 팔릴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아반떼 중에서는 페이스리프트 전 스포츠 모델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랜저 역시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하다 보니 이런 낯섦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낯섦은 이상한 구도의 유출 사진이 퍼지면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졌고요. 가장 논란이 되는 전면부의 경우, 전기차처럼 막혀있는 듯한 그릴, 이 그릴을 침범한 뾰족한 헤드램프, ‘> <‘ 모양의 주간주행등(겸 방향지시등)이 적용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저는 실제로 봤을 때 웅장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이 '좋냐-안 좋냐’는 각 개인의 미적 취향에 따라 평가되지만, ‘성공했냐-실패했냐’ 여부는 이전 모델과의 판매량 비교로 판가름 납니다. 잘 팔리면 못생겨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못생긴 얼굴이 잘 팔리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현실적인 이야기죠. 못생겼다 느껴져도 차가 잘 팔리면 그 디자인은 성공했다는 겁니다.

판매량 데이터를 살펴보니 아반떼는 줄었고, 쏘나타는 늘었습니다. 한마디로 아반떼는 실패했고, 쏘나타는 성공했다는 것이죠. ‘삼각떼’는 가뜩이나 하락세인 준중형차 시장에서 아반떼에 더 큰 타격을 입었고, ‘메기’는 택시 없이도 월 7000~8000대를 팔아치우며 택시=쏘나타란 이미지를 지워내고 있습니다.

그랜저도 성공에 가까워 보입니다. 뉴스를 보니 사전계약 첫날 1만7294대의 계약을 이뤄냈다고 하네요. 지난 2016년 11월 출시한 현행 그랜저(1만5973대)보다 1321대 많은 숫자입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풀체인지 시절을 넘어섰다니 일단은 성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요즘 현대차의 디자인은 과도기가 생각됩니다. 새로운 디자인 리더십이 생기고, 새로운 디자인 기조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을 집어넣고 있습니다. 현대차 디자인 조직은 이를 치열하게 고민했고, 최근 나오는 신차에 하나둘씩 적용하고 있는 것이죠. 일부에서는 ‘이상엽 전무가 현대차 디자인을 망쳐놨다’는 비난도 있지만, 오히려 저는 이상엽 전무의 과감한 행보 덕분에 앞으로 나올 현대차를 더 기대하게 됐습니다.

현대차가 새롭게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은 ‘현대룩’ 입니다. 단순히 ‘패밀리룩’을 전 모델에 대-중-소 스타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각 모델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연구해 차별적으로 넣는 것이죠. 브랜드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기반으로 개성 있는 디자인을 입히는 겁니다. 아반떼는 아반떼답게, 쏘나타는 쏘나타답게, 그랜저는 그랜저답게 말이에요(물론 ‘OOO답게’는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이고요).

이는 기존 현대차에서 사용하던 방식이 아닙니다. 현대차도 독일 프리미엄 3사처럼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는 비슷하게 생겨야 했습니다. 그게 우리 눈에 익숙했던 것이고, 설명하기도 쉬웠던 것이죠. 그래서 최근의 현대차 디자인 변화에 더 큰 거부감이 드는 게 아닌가 싶네요. 뭐, 그게 아니라면 진짜 객관적으로 못생겼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현대차가 고민한 결과들은 앞으로 여러분 눈앞에 꾸준히 나타날 겁니다. 한 가지 스포를 하자면, 내년 상반기(아마 3~4월)에 나올 신형 아반떼는 진심으로 역대급 아반떼가 될 겁니다. 삼각떼는 신형 아반떼의 추진력을 위해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멋지게 잘 빠졌습니다. 이 글은 성지가 될 겁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변화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노릇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방향성은 옳게 잡았다고 판단됩니다. 요즘처럼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자동차 패러다임이 변화는 시대에 디자인은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더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현대차 같은 대중 브랜드는 더 튀어야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잠깐의 비난과 작은 실패를 겪더라도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합니다. 외부에서 아무리 흔들더라도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디자이너를 믿고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칼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게 위장막을 둘러쓴 스파이샷이 나올 것이고, 그럴듯한 예상도가 만들어질 겁니다. 어디선가 유출 사진이 떠서 신차가 나오기 전에 디자인 평가가 다 끝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정보가 난무하겠지만, 바라건대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로 차를 직접 보고 최종 평가를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직접 봐도 별로면 어쩔 수 없지만,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유출 사진 한 장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오토엔뉴스>